[교육정책뉴스 한진리 기자]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교육청의 운영성과평가를 거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25일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영성과평가 보고서를 일절 제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죽이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지정취소 기준을 60점에서 70점으로 일방적으로 높였다"면서 "자사고가 높은 평가를 받는 학부모·학생 만족도 비중은 낮추고 학생모집이 불가능한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등은 배점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서울 22개 자사고는 올해(13곳)와 내년(9곳) 운영평가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자사고로 재지정될 수 있다. 연합회는 조 교육감과 대화와 평가 기준 재설정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그렇다면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5년 주기로 이뤄지는 자사고 운영평가는 학교의 '생사'를 결정한다. 운영평가에서 7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일반고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자사고의 지정은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감이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당선된 13명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 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주된 이유로 꼽는 것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 와 부모의 소득과 입시 결과가 비례하는 '특혜성 교육' 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입학을 위해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상위 성적 50% 내에 들어야하며, 일반고 대비 최대 3배의 달하는 학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성적이 우수하며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학생들에게 그 자리가 돌아가고, 이렇게 선발에 따른 차별이 그대로 입시 결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문제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퍼내는 소위 '폭탄 돌리기 현상'이 일반계 고교내에서 심화되면서, 일반고 기피 현상이 가중되고 학교 서열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자사고가 원래의 설립목적을 벗어나 '입시만을 위한 특수목적고' 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반면 자사고의 순기능을 제시하며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위 '명문고' 가 전국의 고루 분포하면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고, 강남으로 몰리는 교육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을 비롯한 '교육 특구'의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며,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다양한 창의성 교육으로 지역 인재 육성을 촉진한다는 주장이다. 

다양성을 배제한 획일적 교육으로는 창의성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이 힘들고, 지역 인재 이탈과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 측의 갈등이 심화될 수록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가 폐지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고, 경기 지역 일부 자사고 학부모들은 무기한 1인 시위에 나섰다.

'공약 이행'이 걸린 교육당국과 '생존'이 걸린 학교 측의 대립이 장기화 될수록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는 속담처럼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양 측은 지나친 힘겨루기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학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합의점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교육정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