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이 포기 할 수 없는 중요 가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난 5월 19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 계획에 따르면 전국의 60개 대학에 419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결정하였는데 이 사업은 금년으로 시행 3년차에 이르게 되었다.  '지원사업'은 이전의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을 2014년부터 전환 편성하였는데 1차 연도인 2014년에는 65개 대학에 600억 원, 2차 연도인 2015년에는 60개교 467억 9천만 원을 지원한바 있다.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하여 대학에 지원한 내역을 살펴보면, 2007년에는 입학사정관제가 시범 실시되면서 10개 대학에 20억 원을 지원하였다. 이후 2008년에는 입학사정관제도를 더욱 권장하게 되어 선도대학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40개 대학에 157억 원을 지원 한 바 있다. 2009년에는 47개 대학에 236억 원으로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였고 2010년에는 55개 대학 350억 원, 2011년에는 60개 대학 351억 원을 지원하였다. 이어 2012년에는 66개 대학을 선정하여 370억 원을 지원하였으며 2013년에는 78개 대학 395억 원을 지원 한 바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에 도입되어 이명박 정부에서 탄력을 받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지는 학생들의 학업 과정과 열의를 포함한 진로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최대의 장점으로 들 수 있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에게 지원되던 예산은 대입전형 간소화의 정도와 각 대학의 대입제도의 변경 추진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바람직하다고 평가되는 대학을 선정하여 예산을 교부하는 '지원사업’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사업 명칭을 살펴보면 누구라도 고교교육의 정상화가 마치 대학의 책무인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의 의도대로 고교교육을 정상화 하는데 기여하면 예산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엄포로 들린다. 최근에 2016년 '지원사업' 계획이 발표된 뒤로 대학은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예산과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예산은 입학사정관의 채용을 위한 인건비로 쓰이고 있으며 2016년 사업에서 제외된 대학의 사정관들은 이미 전직을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대학의 사명은 사회의 발전을 가능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인재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을 밝히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개척하는 지성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체의 간섭이 배제된 채로 학문의 자유가 구가되는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입학전형 과정에서 고교정상화의 의무를 이행 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의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 속에 있으므로 강고한 주종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휼륭한 장애물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학이 자율성을 가능한 한 최대로 발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포기할 수 없는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입시가 온 국민의 관심사인 것은 분명하나 이것을 핑계로 대학의 목을 죄는 이러한 정책은 문자 그대로 전근대적인 방식이며 이제는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보완하고 고등학교의 변화를 꾀할 생각이 있다면 모든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여 그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학을 통한 우회적 전략을 선택하기 보다는 고등학교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고등학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고의 붕괴, 특목․자사고의 약진에 따른 학교간 교육력 격차 심화 문제 등을 포함한 중요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

대학을 통해서 고등학교를 바꾸겠다는 의도는 그리 좋은 발상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교육 보다 저급하거나 하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등학교는 한퍈으로는 대학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적 독립 관계를 잘 유지하고 동시에 유기적인 관계를 잘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입학 전형을 통해서 고등학교에 영항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정도에 이른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대입 전형의 방향 설정과 이를 위한 대학 지원을 통해서는 현재 고등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 신장과 학문의 발전 그리고 지성과 사회적 책임의 발휘를 위해서 대학을 강제하기에 앞서 대학에 무엇을 지원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고교 교육 정상화는 대학에 지원금을 쏟아 붓는 우회 전략으로 간단히 달성 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세간의 지적을 교육부는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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