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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뉴스 왕보경 기자]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던 말들의 어원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미주알고주알', '감질나다', '시치미를 떼다'처럼 대략적인 의미는 알고 있지만, 그 정확한 의미와 유래는 모르고 있는 단어들이 많다. 이러한 말들이 언제부터 쓰인 건지 유래는 무엇인지 정리해 볼 예정이다.

미주알 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의미의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과 '고주알'이 결합된 형태이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을 뜻한다. 미주알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각 단어를 '밑'과 '주(珠)'와 '알'로 분석하고, '창자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구슬 같은 알'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미주알이 좁쌀처럼 된 주름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해석 중 하나다. 정확한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유어+한자어+고유어' 구조의 단어는 흔치 않기 때문에 위의 어원 설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주알이 '밑'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믿을 만한 정보이다. '밑'이 항문을 뜻하고, '미주알'이 항문의 끝이라는 점에서 '밑'을 포함하는 어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미주알을 '마자발, 밑자발'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해서도 미주알이 '밑'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임을 추측할 수 있다.

미주알이 '밑의 아래'라는 의미를 가진 어떤 어형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미주알이 밑구멍의 맨 아랫부분이라는 것에서 착안한 해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조어론적 설명이 어렵다.

미주알을 '밑+주(珠)+알'로 해석한 첫 번째 분석에서는 '고주알'을 '고'와 '주(珠)'와 '알'로 분석한다. 코의 구멍에 도드라지게 생긴, 알맹이 같은 모양을 고주알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고주알'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단어다.

그래서 '고주알' 자체는 미주알에 덧붙인 말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컨데, '눈치코치'의 코치나, '세월아 네월아'의 네월아 같은 것처럼 말이다.

고주알의 또 다른 해석이 있다. 고주알의 '고주'를 '고조(高祖)'로 보는 것이다. '고조할아버지까지 속속 캐어본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도 추측에 불과하며 확실한 근거가 없다. 

감질나다

'감질나다'는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무언가를 먹고 싶은데 주지 않고 애태우거나, 갖고 싶던 물건을 준다 해놓고 애태우며 주지 않을 때, 우리는 '감질나다'라는 말을 쓴다.

'감질'이란 말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감질나다는 감질이 나다라는 표현에서 주격조사 '-이'가 생략된 축약된 어형이다. 여기서 '감질'은 병의 이름이다. 일명 감병이라고도 불리는 감질은 어린 아이가 젖이나 음식 조절을 잘못했을 때 생긴다. 얼굴이 노래지고, 몸이 마르며, 목도 마르고, 배에 탈이 나는 등 영양 장애와 소화불량을 동반하는 병이다.

그렇다면 '감질나다'라는 뜻은 '감질'이라는 병이 생긴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감질에 걸리면, 속이 끓고 소화 불량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속이 헛헛하여 무언가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병에 걸려 먹지는 못하니, 애만 타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감질나다에 '무언이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데 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애가 탄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감질을 잘못 이해해서, '간질병'의 간질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간질병에 걸릴 정도로 '갖고 싶어 애태우는 마음이 생기다'라고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감질맛나다'라는 표현도 잘못됐다. '감칠맛'이라는 단어와 혼동하여 '감질맛'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감질은 병이기 때문에 '맛'과는 연결해서 사용할 수 없다.

시치미를 떼다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면서 모르는 체할 경우, '시치미를 떼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시치미'란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고려 시대로 거슬러 가야 한다. 바로 고려 귀족들의 '매사냥'으로부터 유래된 말이 '시치미'이기 때문이다. 고려 사람들은 매를 기르고 훈련시킬 정도로 '매'와 '매사냥'에 관심이 높았다.

매사냥이 유행하다 보니, 점차 문제가 발생했다. 서로의 매가 뒤바뀌거나 매를 훔쳐 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의 주인을 표시하는 이름표를 꽁지에 달았고, 이를 '시치미'라고 불렀다.

얇게 깎은 네모꼴의 뿔에 매의 이름과 종류, 나이, 빛깔, 주인 이름을 적어두고 매의 꽁지에 매단다. '시치미'를 보고 그 매가 주인이 있는 매인지, 길들여진 매인지를 알 수 있다. 보통은 시치미를 달고 있는 매를 사냥하게 된다면 풀어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때도 있다.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주인이 없는 매를 잡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또는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시치미를 달아둘 때 생긴 말이 '시치미를 떼다'이다. '자기가 하고도 하지 않은 척하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다'와 같은 말을 표현할 때, '시치미를 떼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시치미' 자체에 대한 어원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시치미'는 '시침'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시침'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시침을 시치미의 준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시침은 '스침'에서 모음이 변한 어형으로 볼 수 있다. 'ㅅ' 뒤에 있는 모음 'ㅡ'가 'ㅣ'로 변한 것이다. 그렇지만 '스침'의 어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단, '스치다'에서 파생된 명사라고 해석하는 의견이 있다. 

'시치미'는 '스침'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스치미'가 변하여 '시치미'가 된 것이거나, '스침'에서 변한 '시침'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시치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바심하다

'조바심'이란 단어는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이거나 초조할 때 사용된다.

조바심은 '조'와 '바심'을 합친 말이다. '조'는 곡식의 한 종류를 뜻하고, '바심'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바로 타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곡식 이삭을 비비거나 낟알을 털어내는 일을 말한다. 둘이 합쳐진 '조바심'은 조 이삭을 타작하는 일을 뜻한다. 

조는 이삭이 질겨서 잘 털어지지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비비고 문지르면서 애를 써야 좁쌀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조바심'을 할 때는 힘이 드는 것에 비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초조하고 조급해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조바심하다'라는 말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 봐 마음을 졸이고, 초조할 때 쓰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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