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문화력 고양을 통해 다음 세대에 물려줄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가자.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는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총체적 과정이며 동시에 그 결과이다. 어떻게 하여 문화적 수준을 고양시킬 것인가? 또 문화 창달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우리는 현재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에 근거하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은 각자가 가지는 관심과 자원동원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문화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각자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성향과 태도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길러지는 것인가? 이는 유년기 이후에 지속되는 가족끼리의 교류와 학교생활에서 배우고 익히는 문화적 토양 속에서 길러지고 고양된다. 그렇다면 문화적 토양을 튼튼하게 하고 동시에 그 결과로서 발휘되는 문화력은 무엇을 말하는가?

문화력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로, 문화력은 문화향유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타인과의 정상적인 교류와 소통 그리고 배려의 태도로부터 비로소 발휘된다. 문화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어떤 특정한 사태에 대해 다수가 지니는 공통적인 태도 또는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의 타인과 함께 하는 모든 행위와 태도를 포함하는 생활 자체가 문화이고 이는 문화향유능력에 다름 아니다. 이를 통해서 인간은 생존과 문화 향유를 위해 필요한 자원동원을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문화를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문화력은 문화생산능력을 의미한다.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 인간이 새로운 문화를 생산 한다는 것은 타인의 공감을 근간으로 류적 존재임을 확증하는 것이다. 이는 삶의 의미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시켜 가는 일이며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를 전제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발전시켜가는 삶의 중요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각종 고안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와 동시에 공유할 만한 다양한 문화 요소들을 함께 생산하여 같이 누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셋째로, 문화력은 문화전파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본래 유희적인 동물이며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며 재미와 의미를 공유한다. 문화를 전파한다는 것은 공유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며 이는 개인적인 차원의 교류 증진을 넘어서는 시대를 함께하는 것 까지를 포함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메스미디어와 SNS의 등장으로 문화전파는 산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하였고 결국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문화 전파란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자기 선택적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와 사회적 필요를 잘 살피지 않으면 실현되기가 어렵다. 문화강국이 문화전파력이 높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화력의 세가지 능력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중 한 가지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문화력은 각자가 지니는 성향과 관심 그리고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문화력을 서로 존중하고 나와 다른 그것을 포용하고 향유 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풍토가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렇다면 현재 가정과 학교에서 아동과 학생의 문화력을 고양시킬 수 있는 적정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불행히도 대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출세지상주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성적지상주의는 문화력의 고양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역사적으로 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으며 그것은 가장 중요한 사회의 운영원리의 자리를 enerjs하게 지키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나 사회에서 이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성과는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효율의 달성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 했을 때 신체적인 조건이 결코 우월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이 스스로의 약점을 넘어 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협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이야말로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 발전의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태도를 지닌 ‘협동적 인간’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탁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협동의 과정에서는 흥미와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가 포함되면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문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지니는 유한성과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의미와 상징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체계가 다름 아닌 문화이며 인간이라면 누구도 문화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따라서 보다 인간적이고 협동적인 사회적 관계와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이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문화적 다양성이 보장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문화력의 고양이 요구된다.

이제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동과 학생이 가지는 소질과 기질을 존중하고 그들이 문화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 환경을 조성하고 문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효율만을 강조한 문화적 코드 속에서 잃고 산 많은 것들을 일깨워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것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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