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인간은 체면이 필요한가? 또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잘못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를 남들이 알기 전에도 그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이때 발동하는 것이 ‘자책’이며 타인의 지적이나 조언이 아니어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괴’나 ‘자성’은 자책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잘못을 타인이 알게 되었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자신의 잘못이 온전히 자신의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남들이 그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스스로 그 결과를 감수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겠지만 문제는 그 잘못으로 인한 영향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때 발동하는 것이 염치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잘못에서부터 씻을 수 없는 과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잘못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잘못하고 반성하고, 또 잘못하고 과오를 인정하고, 자책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잘못인줄도 모르고 또 지내다보면 이내 잘못한 일 인줄을 알게 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삶이 내내 잘하는 일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 일인가?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작자들의 잘못은 그 피해의 정도와 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최고권력자는 물론이고 장관, 수석비서관, 정책관, 검사장 등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해야 할 이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필부의 사소한 잘못이야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자만 공무를 처리하고 각종 정책을 만드는 그들의 잘못은 그 영향과 미치는 범위가 너무나 심각하다. 어쩌면 그리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사소한 잘못에서 부터 요즘 매일 만나는 뉴스의 인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초등학생들도 '박근헤 퇴진'을 외치고 있고, 그것을 나무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이야말로 생지옥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결론은 염치가 없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국가와 민족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웃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가치관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해도 가장 중요한 인간의 기초는 염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사회적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식위주로 배우고 서열화 된 사회 속에서 경쟁하다보면 정작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감에 대해서는 성찰 할 여유나 틈을 가지지 않는 환경이 문제이며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보다도 먼저 염치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염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염치를 내면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과정을 통한 지도(指導)가 필요하다. 지도는 말 그대로 일러주는 것이다. 지식으로서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아닌 태도로서 발휘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가치인 것이다. 이제 더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염치를 발휘하도록 해야겠다.

어둠은 깊어가도 이런 생각이 밀려와 오히려 총총해지는 밤이다.

제주도 외돌개(혼자 따로 바다를 솟구쳐 있는 키가 20m에 달하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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