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도박·인터넷·알코올 중독 문제 사회적으로 심각
비대면 주류 주문 서비스 확대, 미성년자 음주 구매율 증가로 이어져

[EPN 교육정책뉴스 이하경 기자] 지난 1월 13일 계양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중독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계양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인천 계양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가 함께 하는 '제 2기 중독 톺아보기 사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멘토들이 노트북을 켜고 둘러앉아 zoom에 들어온 중·고등 학생들을 반기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중독 톺아보기, 코로나19 속 특별한 중독예방 교육

'중독 톺아보기'는 지난 해 처음 시작된 중독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총신대학교중독재활상담학과 하온학생회 SNS 캡쳐]
[사진= 총신대학교중독재활상담학과 하온학생회 SNS 캡쳐]

중독상담학과 청소년 교육학을 전공하는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학생들과 지역사회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예방 교육과 치료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계양구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가 연합하여 진행된 사업이다. 

프로그램의 오프닝은 중독 톺아보기 사업에 대한 소개와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으로 진행됐다. 이후 멘토들은 일정표에 맞춰 청소년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중독 문제인 인터넷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에 대해 각자 준비해 온 강의를 강연했다. 

이번 2기 사업은 지난 중독 톺아보기 1기 사업과 다르게 멘토들이 1팀, 2팀으로 나누어 각각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으로 강의 대상을 나누어 강의를 준비했다. 

[사진= 톺아보기 강의 zoom 화면,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제공]
[사진= 톺아보기 강의 zoom 화면,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제공]

학생들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이렇게라도 학생들과 만나 중독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 하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박중독 강의를 진행한 한 멘토는 "전공과목에서 배웠던 영역을 멘티들과의 수업을 준비하며 강의를 준비하고, 복습하는 시간을 통해 도박중독 및 예방에 대한 부분이 내 안에도 지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비대면 상황 속에서 청소년 멘티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중독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음지화 되어가는 청소년 중독 문제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청소년이 집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면서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청소년들의 중독 유병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SNS와 게임 중독뿐 아니라 인터넷 불법 도박과 마약, 알코올 등 요즘 청소년들의 중독 문제는 범죄의 영역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도박중독: 학생들 사이 초고리사채 성행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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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청소년들 사이의 커넥션이 강화됨에 따라 청소년 도박 문제가 점점 조직화되고 음지화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도박 자금을 하루 10% 이상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식의 청소년 고리 사채도 성행하고 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부모의 직장을 찾아가 협박하는 등 성인들의 불법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도박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청소년은 1백여 명으로 3년 새 약 50%가 증가했다. 청소년 도박 상담 인원도 2018년 이후로 매년 1천 명 이상 접수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이 정도일 뿐, 실제 청소년 도박의 실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것은 단연 도박 중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코올 중독: 잠재적 고객이 된 미성년자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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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손도 쉽게 닿는 위치에 놓인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색의 음료수병들은 청소년들의 시선을 끌기 쉽다. 청소년들이 주류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런 제품을 접하고 잠재 고객으로 길들여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의 OTT 사이트와 TV 방송 화면에서도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연예인들의 음주 장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음주와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고, 음주를 하는 것에 매우 관대하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류 접근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류 온라인 판매는 국민 건강이나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주류법 개정으로 지난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었고, 지난 해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술을 결제하고 주문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가 가능해졌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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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비대면 주류 판매 방식이 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비대면 주류 판매의 확대는 미성년자들의 높은 주류 구매율로도 이어졌다. '2019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주류 구매 용이성이 남성 66.6%, 여성 65.7%로 나타났다. 2번 중 1번 이상은 청소년들이 술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강 원장은 "비대면 주류 판매의 확대는 미성년자가 술을 구매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는 청소년 음주 문제를 심화시키고 알코올 관련 질환의 조기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다각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중독: 셧다운제의 폐지와 디지털 벗 사업 확대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문제는 어떨까.

셧다운제 폐지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오며 게임 산업과 관련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폐지' 일 것이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심야 시간대인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였는데, 22년 1월 1일부터는 셧다운제 대신 '게임시간 선택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도입된 이래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보호자와 자녀가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 청소년 보호법에선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 제공시간 제한, 위반 벌칙 규정이 삭제됐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정부는 10년간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이 PC게임을 대체하는 등 게임 이용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청소년들이 심야에 사용할 수 있는 매체가 SNS,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 짐에 따라 청소년 보호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지난 9일 전체 이용가 게임물에 대해 본인인증 의무 대상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공약을 내놓으며 '온라인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나라'를 제시했다. 본인 인증제도는 게임 과몰입과 중독 예방을 위한 조치로 그간 시행되어 왔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수정되어야 하는 법안들도 있지만, 과연 이러한 정책의 변화와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이 정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현명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 디벗(디지털 벗) 사업

코로나19 속 가장 많은 변화가 필요했던 것은 교육 분야일 것이다. 

언택트 교육이 확대됨에 따라 교육 당국이 나서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서울시에서는 모든 중학교 신입생에게 스마트기기를 지급하고 수업에 활용하는 '디벗(디지털 벗)' 사업도 진행된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의 확대도 인터넷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9년 인터넷 과의존 청소년의 증가 추세는 15만 407명이었으나, 2020년 17만 549명, 2021년 18만 3228명 등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위험사용자군과 주의사용자군이 모두 증가했는데, 위험 사용자군은 금단 현상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며, 주의 사용자군은 자기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단계를 이야기한다. 

정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 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상담, 교육 및 치료 등의 서비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중독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위한 중독 예방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인 중독이 우리 사회를 잠식하지 않도록 조기 예방 및 치료적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많은 중독 전문가의 양성과 현장의 처우 개선 및 중독 예방 및 치료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중독 톺아보기 2기'의 2팀 강의는 오는 1월 20일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강의는 1365와 VMS의 계양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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