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교복, '성균관'
한국 교복의 역사는?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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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N 교육정책뉴스 왕보경 기자] 한국의 교복은 수많은 변천 과정을 겪어왔다.

현재 한국의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착용한다. 점차 교복의 생김새와 종류가 다양지고 있다. 노랗고 화려한 색의 교복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특이하게 저고리·한복 형태를 가진 교복도 있다.

최근에는 블라우스와 블레이저 같은 기본 형태에서 벗어나 생활복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교복을 도입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교복은 언제부터 입게 됐을까? 대한민국 교복의 유래를 알기 위해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진 = 성균관 명륜당,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사진 = 성균관 명륜당,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조선, 최초의 교복 '청금복'

조선시대에도 교복이 있었을까? 정답은 있다. 조선시대에 유학 교육을 담당하던 고등 교육 기관 '성균관'에 일종의 교복이 있었다. 조선시대 유생들은 성균관에서 '청금복'이라는 의복을 착용했는데, 이 옷이 조선 역사상 법으로 규정한 최초의 교복이다.

청금복은 시간이 지나며 형태가 변화하고 종류가 다양해졌다. 태종 때의 청금은 청금 난삼을 의미했는데, 난삼이란 푸른 옥빛을 띄고 있는 옥색포견에 흑선을 두른 것이다. 성종 때의 청금은 청금단령을 의미했다. 단량은 깃을 둥글게 만든 의복을 일컫는 말이다. 성종 8년, 경국대전에 '성균관 유생은 청금단령을 입는다'라는 규정이 적혀 있기도 하다. 유생들이 푸른 깃의 옷을 입는 것에서 유래해 유생 자체를 '청금'이라고 하기도 한다. 

선조 즉위 25년이 되던 1592년에 조선에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조선의 모든 것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제도와 규범, 생활 방식까지 모조리 변했고 성균관 유생들의 복식도 마찬가지였다. 영조는 성균관 유생들의 청금복을 재정비했다.

영조는 "가벼운 일에는 홍단령을, 공식 행사나 제례 때는 청단령을 입고, 더욱 중요한 일에는 흑단령을 입도록 하라"고 유생들에게 지시했다. 홍단령, 청단령, 흑단령은 말 그대로 옷의 색을 본떠서 단령을 부르는 말이다. 그 외에도 조선 생도들은 검은색 갓인 유건을 쓰고, 겉옷을 여미기 위해 사대와, 목 없는 신발인 피혜를 신고 다녔다. 

[사진 = 아이비 클럽 홈페이지]

근대의 교복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성균관은 격하됐고 시간이 지나 폐교 당했다. 이후 성균관은 부활했고 이와 함께 일제 정책으로 새로운 대학들이 대거 등장했다. 대학교의 등장과 함께 서구식 교복도 함께 생겨났다.

한국 최초의 여학교 이화학당에서도 교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빨간 저고리와 치마를 시초로 점차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갖춘 일명 '유관순 교복'으로 변화했다. 비슷한 시기에 남학교인 배재학당에서도 검정 양복 스타일의 당복을 단체로 입기 시작했다.

한성중학교가 지난 1904년 개교하면서 검은색 두루마기에 검은색 띠를 두른 교복 형태가 등장했고, 숙명학교는 1907년 자주색 원피스를 교복으로 채택했는데 이는 최초의 양장 교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10년 한일 합방 후 학교에서 한복 입기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숙명학교에서 원피스 대신 자주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기 시작했고 장옷과 쓰개 치마도 금하는 학교가 늘어났다. 이후 교복의 모습은 점차 변화했다. 여학생도 체육 교육을 받게 되면서 활동이 편하도록 교복 치마에는 어깨 허리를 달고 저고리의 길이가 길어졌다.

1930년대, 일제는 여학생들의 한복 교복 착용을 금하기 시작했다. 여학생과 남학생의 교복은 전시복 차림이 됐다. 남학생들에게는 국방색 국민복을 입혀 학업과 일상 훈련을 겸할 수 있게 했고, 여학생들은 '몸빼'라는 작업복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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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전시복 차림의 교복에서는 벗어나 각 학교의 개성과 특생을 살린 양장 교복을 착용했다. 그러나 1968년 중학교 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중학생 교복은 시도별로 통일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윙칼라 블라우스에 검정색 플레어 스커트나, 긴 하의를 착용했다. 

1970년까지도 한국은 일제의 영향을 받아 일본의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교복을 입었다. 소위 '가쿠란'이라고 불리는 차이나 칼라의 교복 형태를 남학생들이 주로 착용했고, 여자는 세일러복을 착용했다. 배재학당을 시작으로 교복이 도입된 이후 1981년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을 착용했다. 

이후 학교장 재량 하에 교복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해졌다. 블래이저 재킷같은 양복 정장 형태의 교복이 등장하기 시작해 가쿠란, 세일러복 같은 일제식 교복을 대체할 교복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983년, 한국에서 교복이 잠시 사라졌다. 당시 한국은 중고등학생이 교복을 입지 않고 자유복을 입는 '교복자율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3년 후인 1986년 2학기에 복장 자율화 보완조치를 시행하며 교복이 다시 등장하게 된다.

복장 자율화 보완 조치는 자유 복장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가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채택됐으며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생들은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었다. 이후로는 현재와 같이 한국의 모든 중고생이 교복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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